사적인서점에서 『뉘앙스』를 구매하시는 분들께
1. 친필 사인본
2. 오직 동네 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성동혁 시인의 특별한 친필 편지를 드립니다. (~소진 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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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세상의 곳곳에서 작은 구원을 가져다주리라고 나는 믿는다.
-최은영, 소설가

그의 슬픔은 차고 맑다. 문장은 첫눈 같다.
책장을 넘기면 아름다운 말들이 녹아내릴 것 같다.
-박연준, 시인

성동혁 시인의 견고한 분투 앞에서 위태로운 것은 오히려 세계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6』, 『아네모네』 시인 성동혁의 첫 산문집
“문장은 나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담기엔 너무 협소하다.”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6』, 『아네모네』를 펴낸 시인 성동혁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등단한 지 10년 만이다. 성동혁 시인은 어린 시절 다섯 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소아 난치병 환자로 병동에서 긴 시간을 보냈으며 여전히 투병 중이다. “사는 데 꼭 필요한 요소가 꾸준함인 것”같다지만, 그에게 꾸준함이란 벅차기만 한 이름이다. 조금 애쓰면 그보다 더 많이 쉬어야 하는 그는 자신만의 호흡과 걸음으로 『뉘앙스』를 완성했다.
시와 다를 것 없는 삶을 사는 그에게는 삶이 곧 슬픔이었다. 차갑고, 무겁고, 막막한 시간을 가만히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몸으로 많은 불가능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성동혁 시인은 이내 곧고 말간 눈으로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말을 두 눈 가득 꾹꾹 담아 보여 주던 나의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한 “슬픈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그의 곁에는 시월이 왔음을 알려주는 다정한 친구가 있고, 대신 걸음을 옮기는 사려 깊은 사람들이 있고, 병상 보조 침대에서 곁을 지키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같은 병동에서 하트 모양 스티커를 건네는 반짝이는 어린이가 있다. 이 책은 그렇듯, 시인의 삶 곳곳에서 곁에 자리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네모를 부러뜨릴 수 있는 건 저 무른 과일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의 곁에 자리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맑은 슬픔’, ‘투명한 서정’의 시인 성동혁의 내밀한 시간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쓸 것이 병밖에 없냐고.”
내가 울면 엄마도 운다는 것, 사랑하는 엄마도 수술실까지는 같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을 또래 아이들보다 빨리 깨닫게 된 수술대 위의 어린 시인의 모습으로 책은 시작된다. 일찌감치 아픔을 배운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린이 병동에서 투병 중이다.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작은 손으로 시인의 링거를 끌어주고 침대 위에서 주전자 춤을 춰주었던 아이들, 아끼는 스티커를 떼어 붙여주던 아이들. 병원에서 만났던 그들을 기억하는 일이 자신의 의무임을 감각한다 말한다. 병원에서는“침대 위에서 피를 뽑고 침대 위에서 밥을 먹고 침대 위에서 친구들을 그리워하다 옆으로 누워 오랫동안 숨소리를” 들으며 혼자 견디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렇기에 같은 병실에서 비슷한 기도를 하며 작은 몸으로 견디는 어린이들에 대한 성동혁 시인의 애정과 마음은 깊고 간절하다.
“나는 아직, 함께 병을 재우고 깨우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내 시가 파생된 곳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던 곳이다. 그곳에서 비슷한 기도를 하던 아이들이 나의 시를 쓴다.”

그를 살게 했던 사람과 몸과 시와 감각에 대하여
“그럼에도 결국 남는 얼굴과 풍경과 문장. 그것이 시가 아니면 무엇일까.”
흩어져 있는 십여 년의 기록을 모으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모든 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아픈 몸으로 사는 그이지만 행운처럼 만난 사람들이 대신 걸은 걸음 덕분에 많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곁을 지키는 일”이 “사랑의 다른 말”임을 진심을 다해 보여주던 사람들.
친구들은 산에 올라본 적 없다는 시인을 번갈아 업어 가며 산에 오른다. 그들의 목표는 정상이 아닌, “함께, 오를 수 있는 만큼”이었다. 혼자서 정상을 오르는 일보다 오를 수 있는 만큼 함께하는 일, 그와 친구들의 시간은 언제나 그랬다. 곁을 지키던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도 책 곳곳에 자리했다. 아픈 아이의 곁을 지키는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상상하는 일, 추운 거리의 앙상한 나무처럼 약해지는 부모를 바라보는 시인의 뒷모습을 생각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 된다. 가족도 함께할 수 없는 곳에는 의료인들과 어린이가 있었다. 어떤 의지도 갖기 어려운 병실이었지만, 수술실에서, 병동에서 함께해준 이들 덕분에 십 대도 이십 대도 삼십 대도 있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성동혁 시인은 끝내 걷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느릴지라도, 넘어질지라도 계속 걸을 것이다. 내내 “그 누구도 그것들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들을 위해 노력”하는 나날이겠지만, 곳곳에서 그의 곁에 자리한 사람들과 함께 걸을 것이다. 강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