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말고 귀촌만!
꽉 막힌 도로와 출퇴근 지옥철 없는 곳에서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는 법

서울을 떠나는 사람과 떠나려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보다 네 배 많은 사람이 귀촌했고(2021년 8월 통계청), 도시에 사는 사람 10명 중 약 4명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21년 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MZ세대 사이에서는 5도 2촌, 4도 3촌 같은 말들이 유행한다. 일하는 닷새 혹은 나흘은 도시에서, 쉬는 이틀 혹은 사흘은 도시 외곽에서 보낸다는 의미다. 지난 한 해, 팬데믹으로 외출이 줄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재택근무의 실현 가능성까지 확인했는데, 집값·전셋값 폭등으로 서울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집’ 구하기는 까마득해졌다. 이에 귀농이 아닌 귀촌, 새로운 형태의 귀촌이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귀촌하는 법』은 이 ‘새로운 귀촌 바람’이 불기 전에 서울을 떠나서 농사 짓지 않고 지역에 터 잡는 법을 먼저 깨우친 사람의 생생한 생활기다. 원대한 꿈과 목표 없이, 뚜렷한 진로 변경 없이, 연고도 없는 지역에 자리 잡고 직장을 얻었다. 꽉 막힌 대로를 피하고 싶었고 출퇴근길 지하철도 벗어나고 싶었다. 딱히 살아 보고 싶었던 지역도, 도전해 보고 싶었던 일도 없었지만 삶에서 피하고 싶었던 것들을 덜어내니 서울 밖 지역, 지금 사는 곳에 이르렀다. 낯설디 낯선 지역에서 ‘나다움’을 찾아 새로운 일자리를 얻고, 살 만한 집을 구하고, 곁 내줄 사람들을 만나 더불어 살고 있다.
사람들은 으레 귀촌이라 하면 은퇴 이후의 삶을 떠올리거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정상가족’의 전원생활, 농업 혹은 어업으로 진로를 결정한 청년들의 이주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청년이 아니어도, 결혼한 3~4인 가족 구성원이 아니어도, 도시에서의 인생 1막을 성공적으로 끝내지 않았어도 귀촌이라는 선택지를 얼마든지 품을 수 있다. 이 책은 귀촌에 대한 이런 ‘작은 바람’들에 대한 메아리다.
“비청년 비혼 1인 가구도 귀촌할 수 있을까요? 연고 있는 지역도 없고 쭉 서울에서만 살았는데 새로운 지역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시골에 가면 아무나 들어가 살 수 있는 시골집도 있다던데 정말인가요? 도시 밖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 돈 벌어다 줄 직장을 구할 수 있나요?”
귀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거나 마음은 있어도 두려워하는 이들, 경제적 활로가 보이지 않아 시도해 볼 마음조차 먹지 않는 이들에게 ‘살아 본 만큼’의 경험치를 전하는 책이다.

귀촌 가구 80%가 1인 가구
사람들은 왜, 굳이, 혼자서도 도시를 떠나는 걸까? 도대체 귀촌이 뭐길래!

저자가 자리 잡은 전라북도 완주군은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귀촌 1번지’로 불린다. 이주해 오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 전북지역에 새로이 자리 잡은 귀촌 가구 10가구 중 8가구는 1인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무리 귀촌 1번지라 한들, 도시의 생활 기반을 다 갖추고 있지는 않을 텐데 사람들은 왜 혼자 살 곳으로도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을 택하는 걸까? 도시에는 없는 지역만의 장점이 정말로 있는 걸까?
도시는 화려하고 도시의 삶은 편리하다. 도시의 변화는 늘 내가 변하는 속도보다 빨라서 노력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접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버겁고 감당하기 어려우며, 그래서 나의 삶만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에 지역은 한적하고 이따금 불편하다. 느리게 변하고, 새로운 것을 알거나 배우고 싶으면 언제나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하지만 평온하고 따뜻하며 주변과 비교해 나만 초라하게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저자는 이 두 선택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도시의 장점은 여전히 그리울 것이고 지역에 없는 도시의 ‘당연한 것들’은 갈수록 아쉬울 거라고. 자신이 경험한 귀촌이 ‘환상을 품고 한번쯤 해 봐도 되는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던 생활의 배경을 완전히 바꾸는 굉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도시살이의 장점이 명확하지 않듯 시골살이의 장점도 명확하지 않다. 저자가 자기 삶을 통해 내보이는 지역 생활의 장점을 누군가는 장점으로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저자의 목소리는 더 의미 있다. 정확하고 현실적이며 그럼에도 환대하는 마음이 담긴 저자의 이야기는 딱히 바라는 것은 없지만 도시가 버거워서 다른 삶을 바라는 이들에게도, 살던 곳을 떠나는 것이 두려워 다른 삶을 생각도 해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살아 보지 않은 삶을 경험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