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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쓸 때 가장 솔직하고, 고독하며
그리고 행복하다.”

이 책은 글 쓰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일하고 살아가는 마음,
좌절하고 사랑하는 순간에 대한 9가지 이야기.

우리에게도 더 잘 해내고 싶은 일로부터 가장 멀리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은가. ‘내가 사랑했던 글과 영화는 거대했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다’는 전고운 감독의 마음과도 닮았을까.

이 책은 이처럼 작아진 마음들을 담았다. 쓰는 마음을 매일 생각하는 9인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는 가장 쓸 수 없었던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들이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아니라, 각자의 작가 방에서 홀로 들려주는 듯한 사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될 것이다.

『보통의 존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로 인간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냈던 이석원 작가에게 글쓰기란 일상의 두려움을 잊은 채 세상에 몰입할 수 있는 치유의 방이기도 했지만, 어느 날은 벗어나고 싶은 방이기도 했다.
이랑 작가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무용수처럼 쓰기 무대에 오르기 전, 수없이 쓰기 지옥에 빠져야 했음을, 『쓸 만한 인간』으로 기억하는 박정민 배우는 무언가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은 이유를 서른두 가지의 이유로 고백했다.

쓸 수 없는 마음에서 마침내 쓰는 사람으로 나아가기까지의 요동치는 작가들의 9가지 마음을 읽으며 독자 또한 자신과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바라보게 된다. 어느새 이 책의 제목처럼‘하고 싶었던 일로부터 달아나고 싶었던 나의 마음’으로 도달한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갖고 있는 모순성에 대하여 십분 공감하는 자이고, 세상엔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라’는 임대형 감독의 문장처럼, 그리고 ‘쓰고 싶은 순간을 쓰고 싶은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허구 속으로 달려간다’는 허구의 이야기 또한 김종관 감독의 것만이 아니다. 우리 또한 하고 있는 일을 때론 하고 싶고, 하고 싶지 않다.

이러한 낯설지 않은 양극단의 마음은 한은형 작가의 글 마지막 문장처럼 ‘쓰는 사람이 될 시간이다’처럼 다짐으로 이르거나, 창작이란 ‘불안을 에너지 삼아 결국 마무리해 내는 것’이라는 백세희 작가의 창작에 관한 정의가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좌절하는 순간의 마음이 끝내 실패는 아니라는 위안을 얻는다.
소용돌이치는 고독의 감정에서 빠져나와 평온함에 이르는 이들의 다채로운 장면은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이 된다. 세상 모든 일처럼 글 쓰는 직업에도 신비가 없다는 이다혜 작가의 ‘유난할 이유는 없다’는 한 문장은, 생략될 수 없는 좌절의 과정을 통과한 세상의 우리만이 다짐할 수 있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