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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마음이
때로는 나를 바로잡아준다고 믿는다.”

한쪽으로 치우친 마음이 매일을 살리고,
직업이 되고, 세상을 더욱 넓고 깊게 바라보게 하기까지

사진가 정멜멜의 첫 번째 에세이
세계 여러 도시를 산책하며 촬영한 사진 61컷 수록!

작은 선택들과 결정들이 쌓여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인생의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피사체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포착해 자연스러우면서도 반짝이는 화면으로 담아내는 정멜멜 작가는, 요즘 여러 아티스트들과 매체, 브랜드가 가장 협업하고 싶어 하는 사진가다. 그런데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금 소속된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를 열고, 사진을 전업으로 하며 부업으로 빈티지숍을 운영하기까지, 사실 무엇 하나 먼저 예상하고 계획대로 일을 꾸려온 것은 아니었다.
단골손님과 그 가게의 사장으로 처음 만난 정멜멜과 신해수는 가끔 막연하게 동업을 도모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정말 함께 일해보기로 결심한다. 재밌게도 처음 두 사람이 구상했던 것은 ‘생선구이를 파는 술집’이었다. 그러나 내정해둔 요리사의 변심으로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졌고, 일단 퇴사와 영업 종료를 저질러버렸기에 두 사람은 우선 그간 해오던 일로 돈을 벌며 차차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게 웹디자인을 하고 로고를 만들며 인테리어를 하는 스튜디오를 열게 된 것이다.
1부 ‘일과 삶’에는 그런 스튜디오가 어째서 지금은 주로 사진을 찍고 있는지, 부업으로 작은 빈티지 상점은 왜 하고 있는지, “작은 선택들과 결정들이 쌓여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그러나 돌아보면 “틀리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알맞은 공간을 서울에서 찾는 일부터 동업과 올바른 싸움의 기술, 상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태도와 지침 등 조직에서 벗어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겪어온 수많은 착오와 실수, 배움과 깨달음, 그리고 그로 인해 고되지만 “적어도 일을 하는 내 몸과 마음을 원하는 곳에 놓아보는 하루”에 대해 이야기한다.

삼촌, 난 사진을 배운 적이 없는데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맞게 찍고 틀리게 찍고가 없지. 사진에는 그런 게 없지
스튜디오를 열자마자 두세 건의 의뢰가 거의 동시에 들어왔는데, 홈페이지에 올려둔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디자인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모두 사진 작업과 관련된 의뢰였다. 정멜멜 작가는 그간 자신이 취미 삼아 블로그나 여러 SNS에 올렸던 무수한 사진들 때문에 이런 종류의 의뢰가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는 동시에, 전문가도 아닌 자신이 과연 이 일을 수락해도 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그때의 의뢰를 모두 거절했더라면 지금의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입시 미술을 준비하고 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학교생활은 재미가 없었고, 수업에도 흥미가 없었다.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다는 것만이 대학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다. 사진 앞에서는 결코 작아지지 않았고, 무엇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견디기 힘든 날에는 사진을 찍고, 그것들을 옮기고, 색을 만지거나 트리밍하는 데 열중했다. 겨우 졸업을 하고 웹디자인 회사에 취직했는데, 대표가 사진을 잘 찍는 걸 보니 레이아웃 감각이 좋을 것 같다고 신뢰를 보였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다. 살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길이 자신 앞에 나타났다고 여겼지만, 돌아보면 좋아서 계속하는 일들이 줄곧 이끌어준 셈이었다. 대학에서도 회사에서도 계속 헤맨 줄로만 알았는데, 학교에서, 회사에서, 심지어 입시 미술에서 배운 기술들을 알차게 써먹으며 지금도 사진을 찍고 있다.

열심히 돈을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나를 계속해서 좀 더 나은 방으로 안내하는 일이다
취미가 업무의 영역이 된 이후에도 한동안은 스스로를 ‘사진가’로 부르기를 주저했다는 정멜멜 작가는, “인정받거나 사랑받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이 일 주위를 맴돌고 싶다는 확신”이 서자 비로소 직업인으로서 사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2부 ‘균형과 반복’은 정멜멜이 사진가로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피사체를 대하는 자세, 오래도록 사진을 찍고자 하는 마음 등에 관한 이야기다.
자연스러운 사진을 좋아해서 촬영 장비는 최소화하고 상황이 허락하는 한, 광원은 태양 하나일 때를 선호한다. 카메라에서 색온도를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설정인 ‘오토 화이트 밸런스’ 모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언밸런스, 즉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친 사진이 찍히기도 한다. 바로 그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마음, 그것이 때로는 자신을 바로잡아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준다고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1부와 2부 사이, 1.5부 ‘도시와 산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정멜멜 작가가 세계 여러 도시를 산책하며 채집하듯 카메라 렌즈에 담은 단면들인데, 그것들을 보다 보면 가볍게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서고 싶어진다. 압도하는 무언가보다는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 “나도 뭔가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순환되는 창작을 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심지 하나로 작은 세계를 만들며 오래 찍는 일. 그러기 위해서는 무리하는 습관을 조정하고 조금씩 더 쉬고, 덜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열심히 돈을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나를 계속해서 좀 더 나은 방으로 안내하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