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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이가 있을 때 묘지는 아늑한 정원이 된다.”

은은한 꽃향기가 온갖 나무들의 생생한 향기와 뒤섞이는 곳. 비올레트는 매일 아침, 그곳 묘지의 철문을 연다. 비올레트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어느 작은 마을의 묘지지기이다. 그는 꽃과 나무와 묘지의 오솔길을 돌보는 수호자일 뿐 아니라, 고요한 위안을 찾아 묘지에 들르는 남녀를 위한 상담자이다. 비올레트가 권하는 커피 한 잔, 와인 한 잔에 웃음과 눈물이 녹아든다. 밝은 ‘여름옷’ 위에 어두운 ‘겨울옷’을 입는 비올레트의 일상은 타인들의 비밀로 채색된다.

비올레트는 정성껏 묘지를 돌본다. 찾는 이 없는 묘석의 사진을 닦아주고, 잊힌 묘지에 화분을 놓아주고, 죽은 이들의 평화를 해치는 무례한 자들을 내쫓는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장례의 풍경을 기록한다. 묘지의 동료들을, 꽃과 나무를, 개와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보살핀다. 비올레트의 묘지는, 주민들이 추억과 슬픔을 나누는 공간, 죽은 자와 산 자들이 화목을 일구는 공간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묘지에 나란히 묻히고 싶어하는 한 남녀의 결정이 비올레트의 일상을 뒤흔든다. 한 경찰이 어머니의 유골을 들고 비올레트의 인생에 나타난 순간, 정돈되어 있던 묘지의 세계가 균열하며 우리는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과거들을 맞닥뜨린다.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을 때, 인생은 견딜 만한 것이 된다.”

정성껏 묘지 정원을 가꾸고, 묘지를 찾는 이들의 상냥한 귀가 되고, 그곳에 잠든 이들의 평화를 지키는 비올레트. 그간의 힘든 삶에서 놓여나 비로소 고요하고 자유롭게 되었지만 그의 삶에 시끄러운 곡절이 없지는 않았다. 무례한 시련이 많았고 묵묵히 간직한 슬픔이 여전히 깊다. 현재와 과거, 죽은 이들의 드라마와 살아 있는 이들의 드라마가 중첩되며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그의 인생을 날카롭게 관통한 많은 비극들을 본다.

그러나 어떤 만남들은 인생을 바꾼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충실한 이들과의 만남이 있어 비올레트의 인생은 견딜 만한 것이 되었다. 인생은 비올레트를 아껴주지 않았지만, 그는 아름답고, 무엇보다 선하게 살아남았다.

- 레오닌 : 천 개의 바람이 된 비올레트의 태양.
- 셀리아 : 철도 파업이라는 우연이 맺어준 인생 첫 친구. 셀리아 덕분에 비올레트는 난생처음 지중해를 보았다. 난생처음 ‘휴가’를 떠났다. 비극의 파도에 휩쓸리는 비올레트를 지켜준 사람.
- 노노, 엘비스, 가스통 : 노노는 절대 노라고 말하는 법이 없지만 어린아이의 장례만은 노다. 엘비스의 신은 엘비스 프레슬리, 가스통은 죽은 사람 머리통에 엎어지기 일쑤. 단순하고 따뜻한 3인조 산역꾼.
- 사샤 : 비올레트 이전의 묘지지기. 비올레트의 손을 잡아 흙을 만지게 한 철학적인 정원사. 자연의 생명력과 회복력을 삶에 들이게 해준 인물. 꽃과 나무를 돌보는 것은 자신을 돌보는 것임을 알게 해준 비올레트의 인생 멘토, 비올레트의 구원자.

고단한 생에 바치는 지극한 위로의 노래!
‘자기 앞의 생’을 마주 보게 하는, 한 권의 인생철학!

여자는 왜 묘지지기가 되었는가, 남자는 왜 사라졌는가, 경찰은 왜 여자의 삶에 나타났는가. 몇 번의 미스터리한 추적과 만남이 거듭되는 동안, 작가는 각각의 인물이 품고 있는 비밀들을 하나둘 내어주며 읽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야기는 서서히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하고, 우리는 마침내 실체를 드러내는 비극 앞에, 비올레트의 용기 앞에, 사건의 진상 앞에 숙연해지고 만다.

이 책의 각 장을 여는 것은 94개의 묘비명이다. 어떤 것은 시이고, 어떤 것은 노랫말이고, 또 어떤 것은 작가가 발견한 실제의 비문들이다. 원제는 ‘꽃들의 물을 갈아주기’, 책에는 딱 한 번 그 표현이 등장한다. “나는 마침내 정원으로 돌아왔다. 마침내 꽃들의 물을 갈아주었다.”(528쪽) 원제의 희망이 상징하듯,『비올레트, 묘지지기』는 상실과 고통을 딛고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한 여성의 감동적인 여정을 그리고 있다. ‘자기 앞의 생’을 마주 보게 하는, 한 권의 인생철학 같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