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타지나 믿기 어려운 내용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아자젤』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라이브러리 저널」
★ 『아자젤』은 한번 주먹을 불끈 쥐면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천진난만한 어른들을 위한 유쾌한 이야기이다. - 아이작 아시모프
★ 아시모프의 영향력이란 결코 과장될 수가 없는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아이작 아시모프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이끌어 가는 18편의 단편 모음집 『아자젤』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살아생전 480여 권의 책을 낸 기념비적인 다작가였던 아이작 아시모프는 21권의 단편집을 냈고, 그중 『아자젤』은 18번째 단편집이다. 그가 이렇게 많은 작품을 출판한 이유는 『아자젤』의 [머리말]에 남긴 말 그대로 [낭비를 싫어하며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데도 써놓은 작품을 출판하지 않고 남겨 두는 건 견딜 수가 없]는 성격 때문이었다. 아시모프는 1980년부터 [아자젤] 관련 단편을 잡지에 연재해 왔고, 그렇게 연재한 총 29편의 단편 중 18편의 단편을 모아 1988년 『아자젤』이라는 책을 발행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그는 성경에 등장하는 타락 천사 아자젤을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와, 소원을 들어주는 2센티미터짜리 악마로 재창조했다. 아자젤을 우리 세계로 불러들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조지 비터넛은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아이작 아시모프 자신, 즉 [나]에게 아자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시모프는 『아자젤』을 [웃기게 풍자할 생각으로] 썼으며, 만약 글의 성격이 너무 과하고 아시모프답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건 [일부러 그렇게 썼기 때문]이라고 머리말에 밝혔다. 뭔가 다른 걸 원한다면 과감하게 [이 책을 사지 말라]고, [괜히 샀다가는 짜증만 날] 거라고까지 한다. 그의 말대로 『아자젤』은 그를 대표하는 [파운데이션] 시리즈나 [로봇] 시리즈 같은 SF 소설이 아닌, 그저 악마가 등장하는 판타지이다. 그러나 『아자젤』을 통해 아시모프는 모든 존재를 끊임없이 풍자하며 이야기꾼의 면모를 맘껏 선보인다. 속사포로 쏟아지는 풍자를 천연덕스럽게 풍자로 받아치는 아시모프의 솜씨는 작품에 그대로 녹아들어 웃음을 자아낸다.

풍자에 풍자가 꼬리를 물고, 독설을 독설로 맞받아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독특한 인간 풍자 소설
『아자젤』에 들어 있는 18편의 단편은, 아시모프와 조지가 만나 아자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액자식 이야기 구조로 조지와 아자젤의 사건이 소개되다가, 마지막에는 조지가 아시모프에게 이야기의 소외를 남기는 식의 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아자젤] 단편들은 구성이 같기 때문에 그 결말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독설과 풍자로 빚어낸 이야기들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10년 넘는 세월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먼저 인물들을 살펴보자.
구약 성서의 외경인 「에녹서」에 등장하는 아자젤은, 인간 여인과 결혼해 신의 분노를 사 하늘에서 쫓겨났다는 타락 천사이다. 아시모프는 성경 속 아자젤을 인간 세계로 데려와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캐릭터로 변신시킨다. 그러면서 아자젤을 악마나 외계인이나 그 어떤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한다. 아자젤의 능력은 마법 같으면서도 미래로부터의 첨단 기술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시무시한 생김새 대신 앙증맞은 2센티미터짜리 붉은 몸뚱이를, 인간을 타락시키고자 하는 성격 대신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름 다정한(?) 성격을 부여한다. 비록 갑자기 불려오면 치솟는 짜증을 표하느라 찍찍거리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인간에 대한 경멸이 묻어나는 독설을 아끼지 않지만 말이다.
조지는 아시모프와 종종 만나 식사를 하다가 스카치 앤 소다를 딱 넉 잔째 마셨을 때 습관처럼 아자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매번 처음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운을 떼면서, 아시모프가 조금이라도 알은척을 하면 [도대체 선생이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라며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조지는 다른 세계의 존재인 아자젤을 우리 세계로 불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작 소원을 빈 당사자의 소원은 들어주지 않는다는 아자젤 때문에 매번 주변 사람 좋은 일만 시키려다가 오히려 된통 당하고 말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아시모프에게는 냉대와 괄시의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면서, 헤어질 때는 꼭 계산서를 아시모프 몫으로 남겨 둔다.
아시모프는 [조지와 아자젤 이야기]의 유일한 청중으로 등장하며, 끊임없이 조지에게 모욕을 당하고 몇 달러 정도를 뜯긴다. 하지만 그는 머리말에서 [상관없다]고 밝힌다. [조지가 해준 이야기는 그 정도 가치가 있으며], [조지에게 준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조지에게 돈을 준 건 이야기 속에서이니 더욱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아시모프는 소설 속에서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물들과 모든 상황을 비꼰다. 친구의 소원을 대신 빌어주며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경우 떨어질 콩고물을 항상 기대하는 조지, 미개한 인간 세계의 종족들은 이룰 수 없는 과학 기술쯤이야 자기에게는 10초도 안 걸리는 쉬운 일이라고 호언장담해 놓고 매번 엉뚱한 방향으로 일을 그르치는 아자젤, (조지의 입을 빌어 말하기를)굳이 읽어 보지 않아도 비평가들에게 악평받을 글이나 쓸 게 뻔한 아시모프까지, 작가가 들이대는 날카로운 펜촉에서 무사한 등장인물은 없다.
거기다가 조지가 들려주는, 구성상 액자 속 이야기들도 독설과 풍자로 빚어진다. 국민의 의견과 반대되는 대통령의 생각을 뒷받침하여 나라에 큰 기여를 할 수석 경제 자문이 되려는 경제학자, 자수성가한 돈이 아닌 오직 물려받은 재산으로만 살아야 한다는 가입 조건을 가진 클럽 [에덴], 미적분과 정치 경제학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구제해야 할 문제아 취급을 받는 공부벌레 등, 아자젤이 소원을 들어주는 조지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속물 아니면 괴짜다.
아시모프는 이 모든 인물들을 불러 모아 인간이 탐할 수 있는 가장 밑바닥의 욕망을 들춰내어 아자젤의 힘으로 소원을 실현시킨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물고 늘어지면서 인간 세상의 천태만상을 비꼬는 데 온 힘을 다하는 이 소설은 이야기꾼 아시모프의 솜씨를 만끽할 수 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읽고 난 뒤에도 기억에 오래 남는 캐릭터들을 머릿속에 각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