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사라진 시대, 편지 가게로 모이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인가요?
메일함이 아니라 봉투에 든 편지, 키보드가 아니라 손으로 쓴 편지를 주고받을 일이 거의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서울 한복판에 편지 가게 한 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글월’. 글월은 편지를 뜻하는 순우리말이자 편지를 높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글월’에서는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팝니다. 편지에 관한 책도 팔고 우표도 살 수 있지요. 편지를 쓰고 갈 수도 있고, 독특하게도 다른 사람이 쓴 편지를 받아 갈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편지를 받으려면 나도 낯선 이에게 편지를 한 통 써야 합니다. 펜팔이 사라진 시대에 펜팔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시대인데도, 아니 이런 시대라서 그런지 편지 가게는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 서쪽 연희동에 1호점을 낸 지 2년여 만에 동쪽 성수동에 2호점을 냈고, 편지 가게라는 낯선 공간이 궁금해서 찾아오는 사람부터 한참을 잊고 살던 편지의 가치를 다시금 느껴 보려 찾아오는 사람까지, 한 달 평균 1,800명이 다녀갑니다. 모두가 저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편지 한 통을 쓰거나 품고 가게를 나섭니다.
『편지 쓰는 법』은 바로 이 편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편지 가게에서 만난 수많은 편지와 편지 쓰는 사람 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진심을 전하는 일이란 말로든 글로든 어려운 게 당연하겠지만, 드물고 멀어진 탓에 편지 쓰기는 예전보다 더 어렵고 더 귀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손편지의 힘을 궁금해하며 편지를 써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오래도록 잊고 있던 편지의 가치를 떠올리며 다시금 편지를 써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도 편지만이 전할 수 있는 마음의 온도와 속도를 제대로 한 번 느껴 보면 어떨까요?

좋은 편지 쓰는 법, 시대와 세대를 넘나드는 화두

편지는 주로 한 사람만을 위해 쓰여 그 사람에게만 전달됩니다. 대체로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달되기에 누구나 잘 쓰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잘 썼다고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잘 쓴 편지’의 기준 또한 모호하기에 어쩌면 어떤 글보다 잘 쓰기 어려운 글이 편지입니다. 그런 탓인지 과거 편지가 보편적이던 시대에도 ‘편지 쓰는 법’은 수많은 사람들의 화두였습니다. 일례로 ‘편지 쓰기의 황금시대’로 불리는 19세기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영국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첫 줄 쓰는 법, 계속 쓰는 법, 맺는 법을 일일이 짚어 『편지 쓰기에 관한 여덟아홉 가지 조언』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문자 메시지와 메신저, 이메일이 편지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는 하나, 전하기 어려운 진심을 전할 때, 말로 해서는 충분히 전할 수 없을 고마움이나 미안함이 생겼을 때 우리는 여전히 편지를 찾습니다. 어려워도, 그 어려운 마음까지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자신다운 매개물이 편지임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빈 편지지를 앞에 두고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성 어린 편지 한 통에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고서도 답장 쓰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으로 그 곤란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편지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권한 사노 요코, 존 치버, 프란츠 카프카, 피천득의 편지 속에서 작은 힌트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손편지가 왜 필요한지, 의의를 의심하는 사람에게도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읽고 나면 분명 편지 한 통을 쓰고 싶어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