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성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내향인들에게
어린 시절 학교의 일상에서부터 힘겨운 사람들이 있다. 출석부를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네!” 하고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게 어려운 사람, 손을 들고 정답을 말하려니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파도처럼 몰려오는 사람, 어쩌다 칠판 앞에라도 나서게 되면 그만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사람. 그러나 학교에서는 또렷하게 발표 잘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싹싹하게 구는 친구들을 늘 ‘모범생’으로 인정해주었다. 어려서부터 내향성을 갖고 살기란 이렇게 녹록지 않다.
만화영화는 또 어떤가. 주인공 중에 내향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주인공이라면 응당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무장하고 무슨 일에든 앞장서서 사고를 쳐야 이야기가 굴러갔을 테니까. 그러니 내향인들이 늘 혼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도 어쩌면 외향성이 더 대접받는 세상 때문은 아닐까?

낯을 가려도 일은 잘할 수 있다
내향인이 낯을 가리느라 집안에만 있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외향인과 내향인의 비율을 굳이 따져보자면 5:5에 가까울 것이다. 세상의 절반은 내향인이라는 뜻인데 모두가 낯만 가리고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내향인은 세상을 살아가며 사회성을 키우고 자신의 성향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래서 마케터도 되고 팀장도 된다. 밖에서는 한 명의 사회인으로 훌륭히 제 역할을 해내고, 집에 돌아오면 그제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걸 매일 반복하는 것뿐이다. 그러면서도 외롭기는 싫어서 SNS에 들어간다.
작가는 “외향인이 몸을 움직여 사람들과 만나 세계를 확장해간다면, 내향인은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과 신념을 따라 세계를 더 예리하게 조각한다”고 말한다. 쓸데없는 고민, 10년 후의 고민, 사소하다 못해 비웃음을 살 만한 고민임을 알면서도 들어서는 생각을 멈출 수 없어서 자신을 혹사시키며, 오늘도 내향인들은 낯을 가리고 동시에 웃는다. 자신만의 섬세한 방식으로 주변을 챙기고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면서.
이 책은 내향인이자 마케터이자 팀장이고 밤에는 어김없이 글을 쓰는 작가 김상민이 동료 내향인들에게 보내는 수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