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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은 철학의 기폭제로 가득하다

젊은 여성 철학자가 쓴 ‘철학이 시작되는 순간’
거리를 걸으며, 일하고 공부하며, 대화를 나누며
문득 맞닥뜨리는 철학적 순간에 대하여

★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2022 인문서 베스트 30
★ 요조 강력 추천!

『물속의 철학자들』은 젊은 여성 철학자가 일상에서 포착한 ‘철학이 시작되는 순간’을 담아낸 책이다.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인 동시에 학교, 기업, 미술관, 카페, 거리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철학 대화’를 나누는 철학 대화 활동가이기도 한 저자는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되는 ‘손바닥 크기의 철학’을 제안한다.
어려운 철학 용어가 넘쳐나는 대철학이 아닌 익숙한 일상과 당연하게 지녀온 생각을 의심하며 시작하는 작은 철학. 이 책에는 저자가 참여한 철학 대화에서 오갔던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같이 마주치는 철학적 순간들에 대한 내밀한 고찰이 담겨 있다. 일본에서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2022 인문서 베스트 30’에 선정된 책이다.

철학이란 그저 ‘왜냐고 묻는 것’
내 안의 작은 질문에서 시작되는 철학

‘왜 겨울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까?’ ‘왜 퇴근했는데 동료들과 메신저로 연결되어 있어야 할까?’ 살아가며 문득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소한 질문들.
『물속의 철학자들』은 별것 아닌 질문들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만이 아니라, 너무 푹 익어 걸쭉해져버린 미역국, 핸드백 속에서 터져버린 계란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 미용사의 질문처럼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수많은 순간들에 바로 철학이 존재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떠오르는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온 세계를, 확신해왔던 신념을 한순간에 부숴버린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는 미용사의 질문은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의문으로 확장되고,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초등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철학은 질문에 쉽게 답을 주지도 않는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할 뿐이다. 누군가가 싫어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그냥 싫어해도 되지 않아요?”라고 질문하고, 잘났다는 건 뭘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왜 그런 게 궁금하죠?”라고 되묻는다. 질문이 돌아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당연했던 생각을, 견고했던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그러나 저자는 부서지고 무너지는 동시에 새롭게 태어나고 완성되는 것이 철학이라고 이야기한다. 철학은 궁극의 답을 가르쳐주거나 난제를 해결해주지 않지만, 일방적으로 가르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철학은 괴로운 현실과 마주한 우리가 “다 그런 거야.”라는 수동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질문’을 던지면서 ‘다른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게 해준다.

남녀노소 각양각색 사람들이 나누는 철학 대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기에, 우리는 함께 생각한다

저자는 대학에서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인 동시에 철학 대화 활동가이기도 하다. ‘철학 대화’란 1970년대에 미국의 철학자 매튜 리프먼(Matthew Lipman)이 개발한 ‘어린이 철학(Philosophy for Children, P4C)’에서 비롯된 대화법으로 철학적 주제에 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곰곰이 생각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의 교육 현장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서 철학 대화가 실시되고 있다. 저자가 학교, 기업, 미술관, 카페, 거리에서 나누는 철학 대화에는 성별, 연령, 직업, 학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한다.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주제로 대화하는 초등학생들, ‘우리 애는 왜 약속을 안 지킬까?’를 이야기하는 주부들,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이야기하다 눈물을 흘리는 직장인들. 철학 대화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참여해 자신만의 언어를 조심스레 꺼낸다. 쉽사리 보이지 않는 진리에 닿기 위해 어린이와 노인이, 철학 교수와 중학생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화를 하는 건 타인과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철학 대화를 하다 보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갑자기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등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절대적인 타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느닷없이 이상한 생각을 떠올리는 낯선 사람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철학은 진리와 타인과 나에 대한 돌봄의 행위
구원도 무기도 아닌, 작고 아름다운 자유를 위해

“철학 대화는 돌봄이다. 철학은 지知를 돌본다. 진리를 돌본다. 타인의 생각을 듣는 나를 돌본다. 입장이 변하는 것을 겁내는 나를 돌본다. 당신의 생각을 돌본다.”

저자는 철학이 진리와 나와 타인에 대한 돌봄이라고 말한다. 닿을 수 없는 진리 앞에서 우리는 그저 함께 생각하고 말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일 뿐이다. 철학 앞에서는 누구도 하찮지 않다. 어린아이도,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사람도 스스로 생각하고 말함으로써 진리에 공헌하게 된다. 세계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흔히 ‘철학이 삶을 구원한다’라거나 ‘철학이 성공으로 이끈다’고들 하지만, 저자는 철학이 우리를 구해주지 않고 무언가의 수단이 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장대한 사건과 극적인 이야기를 원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일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인생. ‘커다랗고 극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오해받는 철학은 사실 우리의 사소한 일상 속 미세한 흔들림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철학은 ‘학문’이라기보다 일상에서 “왜?”라고 물으며 자신과 타인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철학이 작고 소소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작은 자유를 안겨준다고 말한다.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시시한 것도 귀하게 바라보는 자유, 질문하고 이야기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 무르고 불안정하지만 아름다운 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