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고 유능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모두 자기만큼의 사람이 될 뿐이다. (13쪽)

책으로 점철된 삶
책, 어떻게 읽으십니까? 물론 책은 눈으로 보고 뇌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책 읽기란 그렇게 끝나지 않지요. 무언가 우리 몸을 통과하면 변화가 생기듯, 그러니까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만들어지듯 책을 읽으면 책의 내용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납니다. 그 일은 지식을 받아들이면서 쌓이는 이해의 축적일 수도 있고, 감정의 동요일 수도 있으며, 이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삶이 변하기도 하지요.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섬 동네로 갓 이사 온 타지의 외톨이로 친구조차 사귀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 서울 친척 댁에서 본 100권짜리 소년소녀세계명작전집에 문화 충격을 받고, 그 첫 권 『행복한 왕자』가 준 감동을 어른이 된 지금도 고스란히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이 책은 어린이였던 이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 주었습니다. 그렇게 독서는 시작되었지요.
셜록 홈스를 통한 자기 성찰, 소설들이 가져다주는 자신과 다른 삶에 대한 이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처럼 사랑과 믿음으로 버틴 학창 시절까지, 책은 이 사람의 삶 곳곳에 배어들고 갖가지 색을 입혔습니다. 세상을 보는 법,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 인간의 삶과 죽음, 심지어 첫사랑의 추억마저 책과 함께하죠. 이 사람에게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책이 길을 열고, 책을 읽는 순간이 인생의 중요한 때가 됩니다.
책으로 만들어진 삶은 결국 책을 만드는 삶을 품기 시작합니다.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저자는 이제 편집자가 되어 책을 읽으며 겪은 치열한 자기 고민, 살면서 느꼈던 의문을 편집자로서 자신의 삶에 풀어냅니다. 그리고 책으로 기억하는 자신의 삶과 책을 만드는 지금의 자신을 이야기합니다.

징검다리로서의 책
책이 인생에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저자도 책이 답을 준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책을 읽고 만들면서, 끊임없이 궁리하고 고민하면서 무엇이 좋고 옳고 아름답고 바른지 탐색합니다. 저자가 삶의 순간순간에 책을 통해 바라보는 자신과 세상은, 우리가 책을 통해 바라보는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자가 기억하는 순간이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순간처럼 와 닿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처음 책을 읽은 순간부터, 책을 통해 삶과 닿고 다시 삶과 책이 닿은 순간들을 적었다. 개인적인 순간이지만 때로는 모두의 순간이 되는 부분도 있으리라. 미리 말하지만 책을 읽는다고 유능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모두 자기만큼의 사람이 될 뿐이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읽는 삶이, 적어도 나에게는 꽤 만족스러웠다는 사실이다.”
그렇습니다. 삶은 불확실하고 책도 절대 옳은 건 아닙니다. 다만 이 넓고 깊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책은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좋은 삶을 탐색하는 우리라면 책을 징검다리 삼아 삶이라는 강을 힘껏 건너갈 수 있을 겁니다.
책을 사랑하는, 그 우리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