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만나는 헝가리 유아 그림책

『라치와 사자』는 우리가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헝가리 작품으로써 독자들에게 제 3세계의 문학을 접할 수 있는 아주 색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일본에서도 출간되어 일본의 전국 학교 도서관 협회가 선정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어, 독일어, 루마니아어, 세르비아어, 일어 등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나만의 수호 천사가 있었으면…….

『라치와 사자』는 겁이 많아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라치라는 아이가 사자의 도움을 받아 씩씩한 아이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무서운 동물이 아니라, 빨갛고 조그마한 사자이다. 인형같이 귀엽고 앙증맞은 사자는 어린 아이들이 무척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이 사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라치에게만 보이는 일종의 수호 천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종종 부모님과 가족이 아닌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그 누군가가 라치처럼 사자일 수도 있고, 혹은 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거나 아주 작은 꼬마 요정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이러한 생각을 사실적인 내용과 익살스러운 그림을 사용해 아주 잘 표현한 작품으로써 아이들의 상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작품의 후반부에 빨간 사자가 빨간 사과로 대체되는 장면은 효과적인 이미지 전환임과 동시에 아이들이 단순히 상상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도록 도와 준다.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책

이 작품에서 라치는 단순히 사자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사자에게 많은 격려를 받기는 하지만, 라치는 겁이 많은 자신의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한다. 운동을 해서 힘을 기르고, 무서운 걸 꾹 참고서 힘이 약한 친구들을 곤경에서 구해준다. 이렇게 라치는 누군가에게 의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해 나감으로써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준다.

또한 이 책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준다. 아이가 겁이 많고 소극적일 때,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를 윽박지르기부터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잘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면 아이들은 금방 씩씩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이 작품은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는 과연 자신들이 이 책의 사자처럼 아이들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