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지고 감기길 반복하는 시간,
그 시간의 겹을 통과하며 이어지는 이야기

멀어지며 확보되는 시야와 가까워져 잊어버린 진실들. 돌 하나를 가지고 오래도 앉아서 그것을 만지작거리는 아이의 등(…)그 채로 깊어버린 장면들. 무엇을 주어야 이 장면이 끝나지 않을까.
_「눕는 나무를 보듯」중

정나란의 두 번째 시집『이중 연습』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굉음』(문학실험실, 2021)에서 “상상력이 펼치는 말들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였”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 여백을 두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독자로 하여금 빈 곳을 채워가게 한다.
『이중 연습』은 총 29편의 시를 엮었다. 정나란은 각각의 시에서 사람, 사물, 날씨와 자연을 통해 이제는 안부를 물을 수 없는 이들을 끊임없이 소환한다. 그날의 날씨와 구름의 색깔, 빌딩과 사라진 집들 속에 깃들어 있던 기억을 불러들인다. 또한 시 속에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들처럼 자꾸 사라지는 것들에 불안을 표출하며 사라진 혹은 사라질 것 같은 자신을 염려한다. 작가가 소환하는 인물들과 사물들, 옛날의 집과 거리 들을 통해 그것들에 미세하게 존재하는 자기 자신을 복원한다.

과거와 현재, 도래할 시간들에 대한 메시지

『이중 연습』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사의 중심인 공간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도시에서 혹은 공원에서, 전철역이나 타국의 사막에서 조우하듯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어려움을 안고 있고 세상을 잘 살아낼 능력을 상실한 이들에 가깝다. 잘 살아가기엔 위태로워 보이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시를 통해 기록할 수 있는 이름을 부르지만 그것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마저도 조심스럽다. “둥근 것은 빠져나가기 쉬운 것이므로 / 너무 쉬이 나가버리지 못하도록”(「등대」) 둥글고, 둥근 그것이 한 세계에서 빠져나가버리기 쉬운 것이 될까 봐 알아차리지 못한 걸음으로 그곳을 지나친다. 그러나 작가가 시와 시 사이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사라지지 않은 것들의 안부가, 어둠 속에서 풀려나온 존재들이 숨 쉬듯 곳곳에 빛나는 것을 독자들은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