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출판사를 조기 퇴직한 중년 만화 편집자 ‘시오자와’. 그는 꿈에 그리던 만화 잡지를 만들고자 자신이 동경하던 만화가들을 찾아간다. 경비원, 마트 캐셔… 저마다의 사정으로 만화의 세계를 떠난 이들은 다시금 만화를 살아낼 수 있을까. 만화계의 아카데미상 ‘아이스너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데뷔 36년 차의 만화가, 마츠모토 타이요가 최초로 그리는 ‘만화’를 위한 만화. 1·2권 동시 출간.

확실한 것 하나 없는 시대라도, 동경의 나날은 계속된다
만화가들의 만화가, 마츠모토 타이요가 그리는 만화인의 삶, 애정, 철학.

대형 출판사의 중년 만화 편집자 ‘시오자와’. 그는 자신이 창간한 만화 잡지가 폐간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30년 넘게 일한 출판사를 그만둔다. 방대한 양의 장서도 전부 팔아버리고, 만화와 연을 끊을 작정이었던 시오자와. 눈앞에 놓인 만화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그는, 고심 끝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자신만의 이상을 담은 잡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시오자와는 자신이 동경했던 만화가들을 찾아간다. 경비원, 마트 캐셔, 학습지 삽화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만화가를 그만둔 이들은 시오자와의 손에 이끌려 다시금 만화의 세계로 뛰어든다.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만화 산업. 그 성공가도에서 밀려나 사회의 저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 누군가에게는 세상 물정 모르는 선택으로 보일지라도, 그들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새로운 불씨를 틔워낸다. 도쿄 東京 하늘 아래 펼쳐지는 만화인의 하루하루, 그들의 만화를 향한 동경 憧憬의 나날은 고요히, 그러나 치열하게 흐른다.

봉준호부터 오다 에이치로까지, 예술가들을 사로잡은 작가
‘마츠모토 타이요’를 알고자 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만화

“그렇지만요, 당신이 다시금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만화로부터 도망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동경일일』은 마츠모토 타이요가 처음으로 그리는 ‘만화’에 대한 만화다. 데뷔 36년 차로 어느덧 만화계의 ‘대선배’가 되어버린 마츠모토 타이요. 작품 곳곳에는 그가 거쳐온 만화계의 정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성공을 갈망했지만, 막상 작품이 대박을 터뜨리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신인 만화가 ‘아오키’. 매너리즘에 빠져 만화를 그리는 일이 버겁기만 한 중견 만화가 ‘초사쿠’. 말썽쟁이 작가를 어르고 달래며 골머리를 앓는 젊은 편집자 ‘하야시’. 문하생 신분에 익숙해져 만화가의 꿈과 점점 멀어지는 어시스턴트 ‘쿠사카리’의 이야기까지. 저자는 질책도, 격려도 하지 않고 이들의 있는 그대로를 담담한 필치로 그린다. 그들이 계속해서 만화와 함께 걸어가기 바라는, 오직 하나의 마음만을 담아.
마츠모토 타이요는 『Sunny』 『핑퐁』 등 섬세하고 개성 있는 필치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 독창적이고 흡입력 있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만화가다. 이로 인해 ‘만화가들의 만화가’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만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작가기도 하다.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여러 차례 마츠모토 타이요에게 ‘천재’ 만화가라 존경을 표한 바 있고, 봉준호 감독 역시 한 인터뷰에서 그를 좋아하는 만화가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츠모토 타이요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는 만화 독자와 예술가를 막론하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후기 작품 중 대표작이라 부르기에 손색없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신작 『동경일일』. 본작에는 한층 원숙해진 그의 작품 세계와 창작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주의 만화가의 대표 주자로 회자되는 그의 창작관이 궁금한 이라면, 또 『철콘 근크리트』의 거칠고 메마른 세계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확인하고 싶은 이라면, 만화인을 향한 헌사와도 같은 이 작품을 손에 들어보기를 권한다.

◆ 줄거리

만화 편집자 시오자와는 잡지 폐간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30년 간 몸담았던 출판사를 그만둔다. 더이상 소속도 직함도 없는 그지만, 도쿄 변두리 원룸에서 다시 한번 만화를 꿈꾼다. 만화를, 삶을 나눴던 과거의 동료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