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워싱턴포스트 북월드’ 10대 도서에 선정!

어떤 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파리의 매혹적인 초상이면서
동시에 잃어버린 유년의 열정이 깨어나는 과정을 그린 따사로운 이야기

“대단히 만족스럽고 상쾌한 읽을거리. 헤밍웨이의 파리 회고록
<날짜가 바뀌는 축제>만큼이나 파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오타와 시티즌)

파리와 피아노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3중주!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차츰 현실의 냉혹함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적응해가는 과정에 다름 아닐 터. 일상의 무게에 눌려 젊은 날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꿈과 열정을 가슴 한쪽에 접어두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대다수 보통 사람들의 현실임을 감안하면, 여기 파리의 한 공방에서 오래도록 잊고 살았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한 중년 사내의 이야기는 사뭇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사내의 이름은 사드 카하트.
회사일로 파리에 왔다가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하게 된 그는 매일 아침 어린 두 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다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상점을 지나게 된다. ‘데포르주 피아노: 공구, 부품’이라는 간단한 상호에 흥미를 느낀 카하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만 처음에는 오만한 가게 주인에게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카하트는 마침내 정식으로 이웃의 소개를 받고 그전에는 내밀하게 감추어졌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어린 시절 파리에서 생활하며 피아노를 배웠던 카하트는 문득 잃어버렸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아름다운 피아노를 갖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다.
집 안에 들여놓을 맞춤한 중고 피아노를 찾기 위한 카하트의 노력을 눈여겨본 공방의 책임자이자 새 주인인 뤼크는 피아노의 역사와 예술로 이끄는 뛰어난 안내자 역할을 한다. 피아노를 둘러싼 카하트의 어린 시절 추억과 함께 줄곧 이어지는 카하트와 뤼크의 음악적인 우정 이야기에는 피아노가 소리를 내는 방식에 관한 설명, 그 찬란한 역사,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에서부터 이 악기가 노래를 부르게 하는 많은 장인과 배달부, 판매원에 이르기까지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들, 피아노가 생활의 중심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녹아 있다.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은 어떤 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파리의 매혹적인 초상이면서 동시에 잃어버린 유년의 열정이 깨어나는 과정을 기록한 따사로운 이야기다. 피아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잔잔히 흐르는 강물 같은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피아노의 매력에 푹 빠져 늦었지만 피아노를 한번 배워볼까 싶은 낭만에 젖기도 한다. 어릴 때 잠깐 피아노를 쳐본 이후로 피아노 뚜껑 한번 열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불현듯 자신에게 꼭 맞는 아름다운 피아노를 한 대 사볼까 하는 욕망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피아노가 아니면 또 어떤가. 다른 악기여도 좋고, 그림이어도 좋고, 노래여도 좋고, 운동이라도 좋지 않을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각자의 열정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비록 한순간에 불과할지라도 그 순수한 열정에 온전히 몸을 내맡겨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팍팍한 현실을 더 잘 견디게 해줄 화사한 봄꽃 같은 축복이 되지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