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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사는 삶을 나만큼 잘 반복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일기인간 윤혜은 작가의 신작 에세이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기특한 일에 관하여

★이미화 작가, 천선란 소설가 추천

“‘매일을 쌓는 마음’이 내게는 지망생의 마음으로 읽힌다. 되고 싶은 나에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는 오늘의 지망생.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을 내일의 지망생. 그러니까 내 삶의 지망생. 혜은은 꼭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쌓는다. 그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지망생이었던 적이 없는 나도 실은 내 삶의 지망생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_이미화

“삶을 이토록 잘 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이 책은 빛을 잃고도 의미를 갖는 유적 같은 마음들을 보관해 둔 박물관 같다. 내 안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의 한 꼭지를 몰래 훔쳐 내 마음에 넣고 싶다. 흘러가는 것들을 잘 담아두는 사람의 글이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_천선란

쓰는 일, 쌓는 일, 내가 되는 일
하루하루를 쌓아 올릴수록 유감없이 가벼워지는 유정한 마음
10년 일기장 두 권을 빈칸 없이 채워가는 참된 일기인간 윤혜은의 신작 에세이. 그에게 오늘이라는 마침표를 찍는 일은 나라는 문장으로 겹겹이 나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쓰고 또 쓰고, 우정을 나누고, 무언가를 애틋이 지망하며 하루하루를 착실히 쌓아간 그의 단단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마다의 오늘에도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매일을 기특하게 여기는 마음이 소리도 없이 함박눈처럼 소복이 쌓여 있을 것이다. 내가 단지 내가 된다는 자명한 사실을 유감없이 받아들이는 마음, 그 산뜻한 해방감을 데리고서 되고 싶은 내일의 나에게 함께 건너가자 손 내미는, 일기보다 더 내밀하고 유정한 기록.
“아무리 쌓여도 내가 가뿐한 마음일 거라는 걸 아는 것처럼, 안심하고 펑펑. 눈보라로 번지는 시야 속에서 나는 맨손을 가볍게 말아 쥐고 걸었다.”

“정성껏 움직여 보는 하루.
하나하나 찬찬히 작은 것부터 쌓아 올리며 전진합니다.”
하루라는 단위가 얼마나 커다랄 수 있을까. ‘무수한 오늘이 양옆으로, 또 위아래로 짜여 있는 10년 일기장’ 두 권을 빼곡히 써 나가는 혜은 작가에게는 하루를 감각하는 삶의 거리가 어제와 내일, 과거와 미래를 잇는 삶의 거리만큼 늘어나 있다. 단독적인 하루가 아니라 퇴적되는 시간 가운데 펼쳐지는 하루라는 이러한 인식에는 오늘을 성실히 살게 하는 책임감과 더불어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된다는 당연한 홀가분함이 공존한다. 그러므로 혜은은 일기를 쓰면서 뭔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보다 지금껏 쌓아온 나‘들’과 행진으로 기분으로 제 삶의 부피를 착실히 키워간다. 누구보다 정성껏, 그러나 무거워지지는 않은 채 하루하루를 작은 것부터 찬찬히 쌓아 올리는 마음, 그러니까 ‘살수록 사는 운’을 쌓고 있다고 믿는 귀여운 마음은 이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이미 쓰고 있는 사람만이 무언가를 쓰자고,
써야 한다고 매번 다짐한다”
매일을 쌓는 마음의 가장 큰 지분은 무엇보다 ‘씀’이다. 혜은 작가에게 쌓다와 쓰다는 언뜻 동의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라는 박완서 선생님의 말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살아왔던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닫고 소스라치는 사람. 그에게 글은 맨 마지막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것, 그렇기에 얼마든지 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 글은 반드시 하나의 작은 마침표로 마무리될 테니까. 그런 작은 마침표들을 축적해 오면서 쓰고 있는 나에 대한 믿음 또한 단단해진다. 사는 일이 괜찮을 때에도, 그렇지 않을 때에도 쌓아온 이야기들이 꼭 필요한 때에 징검다리처럼 나를 내일로 넘어가게 해준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꾹꾹 마침표를 찍는다.
“쓰는 일은 흔들리며 흩어져 있는 것을 붙잡아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 같다. 쓰고 나면 나만 그곳에서부터 조금 떨어져 있다. 마치 내가 이다음으로 건너가기 위해 스스로 징검다리를 놓은 것처럼, 비로소 지면 밖으로 나온다.”

“살면서 한 번은 더 지망생이 될 필요가 있었다”
《아무튼, 아이돌》의 작가인 만큼 ‘무언가에 감탄하는 마음, 무언가를 안아주는 마음’이 언제나 넘치는 사람. 단지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끝내 그 일부가 되고 마는 사람. 소설 읽기를 좋아하다 소설을 쓰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다 노랫말을 쓰는 그는 ‘되고 싶은 마음’이 즐거움을 앞지를까 두려워하면서도 결코 뒷걸음치지 않은 채 되고 싶은 나에 가까워지고자 기꺼이 지망생이 된다. 그의 매일을 오래도록 옆자리에서 지켜봐 온 ‘작업책방 씀’의 동료 작업자 이미화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혜은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날들에도 매일 써 내려가던 일기가 그의 첫 책이 되고, 소설 읽는 마음에서 소설 쓰는 마음이 되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에서 부르기 쉬운 노랫말을 써 내려가게 된 오늘이 되기까지. 혜은의 매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나는 오늘이 쌓이면 내일이 된다는 시시한 말의 증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곳에 서로 다른 친구들이 있다”
쌓는 마음의 가장 깊고 낮은 곳에서 혜은 작가의 하루하루를 보이지 않게 떠받치는 토대는 어머니로부터 온 ‘사는 재능’일 테고, 가장 넓게 퍼져 곳곳에서 제 존재를 드러내며 혜은 작가만의 고유함을 이루는 형태는 단연 우정으로부터 올 테다. 그는 자신을 ‘마치 모자이크 아트처럼 아주 많은 친구들로 구성된 인간’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얼마든지 쌓고, 모으고, 새롭게 빚어낼 수 있는’ 이 사사로운 관계 속에서 그는 누군가와 함께 걸어보고 싶어서 모험을 하고 여행을 하며, 함께한 궤적을 더듬는 동안 비로소 이 삶을 실감해 나간다. 동시에 무엇이든 쌓는 데 재능이 있는 그가 우정 앞에서는 종종 허물어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분명 모종의 진화일지 모른다.
“나는 우리가 넘어온 시간이 진화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길은 언제나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그렇게 이 삶을 설명하는 이정표가 늘어나는 것이 좋다. 그 복잡한 길들을 나는 오래, 아주 오래 걸어야지.”

마음의 지도 시리즈
감정과 마음을 깊고 넓게 들여다본 이들이 길어 올린 문장으로 마음의 물성을 살피는 산문 시리즈. 우울을 시작으로 쌓는 마음을 펴냈으며, 허무는 마음과 작은 마음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