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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일 때 마지막이라는 걸 알 수 없어서
서로를 최대한 오래 끌어안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인사는 잠깐인데, 우리는 오래 헤어진다.

나는 첫 번째 집에 사는 25년 동안 방 없이 살았다.
한 살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내 방이 없었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대개 놀랐다.
그러나 방이 없는 생활은 힘들고 슬픈 동시에 기쁘고 즐거운 모든 감정을 내게 알려줬다. p20

이 책은 오랜 세월 자신의 방이 없었던 이가 자신만의 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머물렀던 사람, 머물다 떠난 사람, 차마 오지 못한 사람들이 그의 방에 짙은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이 쌓이고 쌓여 그의 방은 사면이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는 어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창을 내어 빛을 들인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용케도 빛을 찾아낸다.
결국 이 이야기는 물리적인 공간으로써의 '방'을 넘어, '마음의 방'을 구축해 나가는 견고한 여정이다.

편집후기

누군가 펼치고 다시 접어 놓은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봤는데
헤어진 사람이 돌아올 운세라 했다.
헤어진 사람은 너무 많아.
아무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다. p200

반복된 이별은 때로는 체념을 부른다. 체념은 이별에 대한 방어기제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찌감치 체념을 학습한 아이는 뜨거운 햇살보다는 서늘한 그늘이
무지개빛 희망보다는 무채색의 적막이 더 편한 어른으로 자랐다.

하지만 그는 체념할 뿐, 낙담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잦은 이별에 슬퍼할지언정 삶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이의 틈을 발견한다.
이별과 만남 사이 불행과 행복 사이 삶과 죽음 사이의 틈을.
작가는 그 틈에 독자를 앉혀 두고 나지막이 말한다.
이 틈이 우리가 쉴 곳이라고.

이 책은 이미 떠난 이들을 통해 남은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습관적으로 뒤돌아볼지언정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어둠을 거쳐 빛으로 향하는 이야기이다.
그러하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단편적인 자기 고백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서사로서 공감을 일으킨다.
나아가 죽지 않고 살고자 하는 한 사람의 고요한 분투로 다가온다.

부디 이 책이 당신의 삶에 드리운 짙은 어둠의 틈에서 빛을 찾아내는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