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행복 챙길 준비, 되셨나요?”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약속,
24절기에 따라 1년을 살아본 이야기

“좋아하는 것들에 ‘제철’을 붙이자 사는 일이 조금 더 즐거워졌다”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김신지의 다정한 안부
지금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행복이 있다. 청명 즈음 꽃비 맞으며 하는 산책, 여름밤의 낭만이 가득한 망종 무렵의 축제, 하지 감자로 만드는 회심의 요리, 밤이 긴 날 우리만의 아지트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그러고 보면 스물네 번 찾아오는 절기 중 허투루 보낼 만한 시기란 없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등의 베스트셀러로 사랑을 받아온 김신지 작가의 신작 에세이 《제철 행복》은 지금 계절이 주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아 내가 이래서 이 계절 좋아하지”의 마음으로 촘촘히 살아본 스물네 계절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토록 제철에 진심인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에 쫓기며 살기보다 딱 계절만큼의 보폭과 속도로 살고 싶으니까. 더 자주 웃고,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이왕이면 네 번이 아니라 스물네 번. ‘제철’의 사전적 의미인 ‘가장 알맞은 시절’에 안부를 묻듯 이 책을 독자들에게 건넨다. 제철 행복 챙길 준비, 되셨나요?

“내가 내 마음을 알아줄 때,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연례행사가 많아지기를
열아홉에 시작한 서울살이에 부대낄 때마다 오랜 친구 같은 자연에 자주 마음을 기대었던 김신지 작가는, 누구보다 제철에 진심인 사람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자연스레 구체적인 연례행사 같은 것들이 생겼다. 이를테면, 곡식을 기르는 봄비가 온다는 절기 곡우 무렵에는 벚꽃 배웅을 나선다. 지난겨울 미리 예약해둔 산장에서 봄의 며칠을 즐긴 뒤, 돌아오는 길엔 북한강을 바라보는 가게에 들러 제철 돌미나리전에 막걸리를 마신다. 늘 하는 산책도 시기마다 엄연히 주제와 목적이 다르다. 입하의 산책길에는 이팝나무, 때죽나무, 층층나무 등 해마다 외워도 헷갈리는 흰 꽃들의 이름을 익히고, 백로의 산책길에는 비슷한 듯 다른 도토리 6형제를 구분하느라 바쁘다. 소서에는 ‘비멍’하기 좋은 명당인 고궁을 찾고, 추분에는 달고나 향기가 나는 계수나무 ‘킁킁존’ 걷기를 좋아한다. 점차 나만의 계절 리추얼이 생겨나고 ‘제철 숙제’들이 늘어가는 건, 그만큼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며 산다는 것. 이런 ‘제철 감각’은 우리를 좋은 장소로 데려다 주고, 이맘때 어디에 있으면 더 자주 웃는지, 더 오래 기억에 남는지 알게 한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들을 알아줄 때 그 목록만으로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146쪽) 각자의 제철 행복을 찾아보라는 말은 결국, 방치하기 쉬운 내 마음을 철마다 챙기며 살자는 다정한 응원이기도 하다.

눈앞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약속, 24절기 이야기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인 ‘24절기’. 태양이 1년에 걸쳐 이동하는 한 바퀴를 스물네 개로 나눈 전통적인 역법인 절기는, “사계절이라는 너른 보폭을 스물네 계절로 쪼개어둔 것”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밤이 가장 긴 동지까지 계절의 기초가 되는 네 개의 ‘기절기’에 계절이 시작되는 입춘?입하?입추?입동 네 개의 ‘입절기’까지 여덟 절기 사이사이에 그 무렵의 기상 현상이나 자연 변화를 담은 이름의 절기가 두 개씩 더해져 24절기를 이룬다. 다정하게도 해마다 돌아와 삶을 새로고침 해주는 절기를 작가는 “해의 약속”이라고 말한다. “곧 눈앞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약속이기도 하다.”(8쪽)
해의 걸음을 따라 입춘에서 우수로, 경칩에서 춘분으로 건너가며 작가는 더 자주 행복해지는 길에 대해 생각한다. 오래전 이 계절을 지난 옛사람들의 풍습이나 옛말에 마음을 포개어도 본다. ‘입춘대길’과 같은 입춘첩을 쓰거나 ‘청명주’를 마시며, 시공간을 넘어 마음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면 웃음이 샌다. 책에 담긴 문장과 사유는 해의 약속을 닮아 촘촘하게도 아름답다. 각각의 계절에 담긴 이야기와 마음들을 한 계절 한 계절 읽어가다 보면 마치 처서의 제철 숙제 ‘포쇄(曝?)’처럼 눅눅했던 마음이 절로 보송해지는 듯하다. 철을 따라, 김신지를 따라 1년을 살아보는 이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나면, 이 책을 읽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철 모르는 철부지(철不知) 마음에서, 지금 가장 알맞은 제철의 마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