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노라와 쿠루와 보낸 노작가의 날들”
그러나 우리의 우치다 햣켄이 노라와 쿠루, 이렇게 셋이서 ‘함께’ 지낸 시간은 없었습니다.
노라가 1년 반, 쿠루가 5년 3개월. 두 마리 고양이가 우치다 햣켄의 곁에 머물다 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대한 눈물겹지만 사랑스러운 기록이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건너 여기 남았습니다. 웃게 하고, 울게 하고,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는 이 따뜻한 글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지요.

*
우치다 햣켄의 나이 예순여섯에 예기치 못한 작은 손님 하나가 헛간 지붕에서 바지랑대를 타고 내려와 그의 집 물독에, 아니 그의 삶 속에 퐁당 뛰어들었다. 바로 고양이 노라였다. 노작가의 ‘작은 운명’이었던 노라가 훌쩍 집을 떠난 뒤, 눈물로 낮밤을 지새우며 “노라야, 노라야, 노라야”를 되뇌던 우치다에게 어느 날 문득 고양이 쿠루가 찾아와, 곁에 스르르 머문다. 그리고 5여 년 후, 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이 책은 그 아름답고 슬프고 환한 시간들에 대한 기억이자 기록이다. 

책 속 등장인물이자, 이 책의 지은이 우치다 햣켄은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하다. 이름난 상을 받은 것도, 그의 책 다수가 소개되어 널리 알려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햣켄은 이런 작가였다.

“내게 제일가는 문장가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우치다 햣켄이다.”(미시마 유키오) 
“햣켄 씨의 작품은 소탈하고 서민적이지만 그 몽환적 특색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나는 진심으로 우치다 햣켄 씨가 시적 천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내 주변에 남은 메이지시대가 차츰 저물어 사라져 간다. 쓸쓸하다. 하지만 내겐 우치다 햣켄이 있다. 사실 나는 우치다 햣켄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기를 바란다.”(사노 요코)

노라가 가로질러 떠난 정원에 수십 번의 계절이 피었다 시들었지만, 그럼에도 노라를 생각하고 부르는 것을 멈추어야 할 적당한 때라는 건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목에 달아주지 못하고 넣어둔 서랍 속 목걸이처럼, 노라를 위한 마음은 항상 햣켄의 마음속 어딘가에 가지런히 수납되어 있었다.
노라와 달리 쿠루는 마지막 눈감는 순간을 곁에서 지킬 수 있었다. 귤 상자에 담겨 그의 집 정원에 고이 묻혀 있다. 언제든 원할 때 따뜻한 이부자리로 올라와 품에 안길 수 있다.

찾지 못한 노라 생각으로 단팥죽 위에 툭 떨어트리는 눈물 한 방울, 고양이가 떠나고 남은 자리를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고 엉엉 울음을 쏟아내는 힘겨운 어깨, 찬바람에 문이 삐걱대는 소리에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애잔하게 굽은 등, 그 장면들, 그 마음들을 오래 기억하게 되는 글이다.

『나는 지하철입니다』의 작가 김효은의, 생동하고 사랑스러운 그림 25장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