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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묘인 인구가 다수에 속하는 스위스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고양이 사다리’의 다양한 모습과 쓰임을 기록한 사진집. 옥외형 고양이 사다리는 반려동물이 건물 안팎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설치한 독특한 구조물로, 스위스의 도시나 마을에서 자주 발견된다. 사진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자 브리기테 슈스터는 2016년∼2019년, 수도 베른에서 고양이 사다리가 설치된 건물들의 정면 사진을 촬영해 나갔고, 그중 고양이 사다리의 서로 다른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진들 100여 장을 골라 탐사 보고서와 함께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로 엮어냈다.

고양이 사다리는 스위스 애묘인들이 품고 있는 지극한 사랑의 매개물이기도 하지만, 한편 도시의 시각적 정체성, 그중에서도 도시 거리의 특색을 살리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경이로운 건축물이기도 하다. 대부분 나무로 된 고양이 사다리는 계획에 따라 잘 설계한 구조물로서, 건축적 표현의 한 형태로도 설명할 수 있다. 고양이 사다리만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각 건물의 양식에 잘 녹아들어 있고, 거꾸로 건축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나선형의 고양이 사다리가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등 거주자의 개성이나 취향이 돋보이는 디자인도 많지만, 건물과 비슷한 색으로 칠해져 있거나, 하수도 파이프나 빗물 홈통에 설치한 경우처럼 여러 번 산책해야 비로소 보일 정도로 은밀하게 숨겨진 경우도 있다. 그렇게 수년에 걸쳐 저자가 포착한 고양이 사다리의 사진들에는 베른이라는 도시 자체의 특색과 미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사실 옥외형 고양이 사다리는 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독특한 현상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긴 하지만 스위스만큼은 흔하지 않다. 특히 베른에서는 스위스의 다른 도시들보다 더 많은 수의 고양이 사다리를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교통이 한산해 고양이들이 차에 치일 위험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도시의 여유로운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 매우 호의적인 공동체 의식의 영향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스위스의 집주인들은 일반적으로 고양이 사다리 설치를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한다. 고양이 사다리를 반려묘들을 위한 필수적인 보조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양이 사다리가 설치된 베른의 건물들 자체가 더 많은 건물주에게 자발적으로 고양이 사다리 설치를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하나의 발언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에 기록된 도시 구석구석의 모습은 동물과 사람이 어떻게 한데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가에 관한 새로운 상상을 제안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