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가 22년간 살았던 몽크스 하우스와 그곳 정원을 주제로 한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은 그의 인생을 불행의 목록으로, 나아가 죽음으로 치환하는 이야기들의 반대쪽에 있다. 이 책은 몽크스 하우스를 배경으로 위대한 작가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하루를 보여주고, 생활과 생계와 작업과 사교와 놀이의 나날을 따라가면서 울프의 다른 초상을 담아낸다. 그는 성실하고 치열하게 매일 노동한 작가이고, 욕실을 마련하기 위해 글쓰기로 돈을 벌자고 결심하는 생활인, 정열적인 산책가, 수다와 농담과 가십을 사랑하고 시가와 음악과 스포츠를 즐긴 사람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몽크스 하우스와 정원에서 ‘펼쳐진 날들’을 본다. 고통과 고난도 분명 거기에 있지만 그럼에도 책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은 아름다움, 기쁨, 유머, 관능, 열정, 욕망으로 찰랑대는 삶이다. 성실함, 엄격한 자기 규율, 글쓰기에 대한 헌신으로 조직된 이런 일상에서 매일 조금씩 그의 장편소설 아홉 편이, 그리고 단편소설, 비평, 에세이, 일기, 편지 등의 수많은 글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집필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소진되거나 글쓰기가 “고문”이 되는 때가 찾아오기도 했다. 때론 별다른 이유 없이 불안과 우울의 순간이 닥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울프는 몽크스 하우스에 내려와 쉬곤 했다. 서른 살 무렵 2년여 동안 최악의 조울증 발병 시기를 겪은 다음 울프의 삶 후반부의 25년을 훑어보면, 앓기―휴식과 여행―회복―다시 글쓰기로 돌아오는 리듬이 반복된다. 그럴 때면 울프는 침대에 누워 정원을 바라보고 독서를 하고 쉬면서 “어두운 지하 세계”, “깊은 물”, “거대한 우울의 호수”로 내려가는 시간을 견뎠으며, 끝내 떠오르지 못한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계속, 몇 번이고 다시 떠올랐다. “맹세컨대, 이 절망의 저점(低點)이 날 삼키지 못하게 하겠다.” 죽기 두 달 전 몽크스 하우스에서 쓴 일기다. 그는 끝까지 싸우고 있었다.

이 책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은 구석구석 정성스럽고 예쁜 사진과 자수, 우스운 일화가 가득하다. 감탄스러울 정도로 잘 붙잡아낸 몽크스 하우스의 특별한 대기와, 오래전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의 정원에서 느꼈을 희열이 환하게 펼쳐진다. 
버지니아 울프의 충만한 삶을 생생하고 친밀한 방식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여러 감각으로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 책 안으로 어서 들어와보라고 손짓하며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