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콕 박혀 있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이현호 시인의 첫 에세이,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2007년『현대시』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여,『라이터 좀 빌립시다』『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등의 시집을 펴낸 이현호 시인의 첫 에세이가 시간의흐름에서 출간되었다. 이현호 시인은 섬세하고 감각적인 언어를 통해 아릿하고 아름다운 시편들을 전하며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 시인만의 고유하고 찬란한 시선과 문장은 에세이에서도 빛을 발한다.


빛에서 어둠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방이 나를 태우고 날아간다.

바이러스가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며 다들 불만을 토로할 때, 유독 공감이 잘 안 돼서 멋쩍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있다. 오래전부터 자발적으로 격리 생활을 즐겨온, 흔히 우리가 집돌이, 집순이라고 부르는 이들. 이현호 시인은 문인들 사이에서 두문불출하기로 꽤나 유명한 인물이다. 시인은 방에 콕 박혀 나오지 않고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걸까? 비밀스러운 보물 같은 게 있다거나, 남에게 절대 들켜선 안 될 이중생활을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정작 중요한 사실은 방 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은 방 밖에 ‘있는’ 사람의 몫이라는 점이다. 방 밖에 없는 사람의 관심사는 방 자체다. 시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가 방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방이 우리를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인의 상상력으로 써 내려간 방에 대한 이 글을 읽고 나면, 방 밖에 있는 우리는 시인이 방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나만의 성역이자 나의 법률이 지배하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 이뤄지는 공간으로서의 내 방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