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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라앉는 날
거북이 수영클럽에서 만나요
이 세상 모든 중급반들에게 전하는 첨벙첨벙 물 튀는 응원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런데 간혹 뭐든지 잘 해내야 하는 프로페셔널의 세계에서 질식할 것처럼 숨 막히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 때에는 ‘피아노든 캘리그래피든, 그게 뭐든 퇴근길 각자의 탈출구에서 실컷 딴짓을 한 뒤에야 다음날 다시 차가운 일상으로 뛰어들 힘이 생기는 법’이다.
《거북이 수영클럽》은 업무, 육아, 운동 모든 순간마다 힘을 잔뜩 주며 달려온 작가 이서현이 수영을 시작하고 일상의 여백을 회복해 가는 이야기다. 허리 디스크와 갑상선암 콤보에도 매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느끼고 싶어 수영장으로 달려간 저자는 여전히 평영과 접영 앞에 작아지는 수린이다.
(수린이: 수영+어린이,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자)

그래도 나는 매일 미련하게 발차기를 한다. 접영을 잘한 날을 추억하지도, 못한 날을 회상하지도 않고 그저 머리를 비우고 매일 수영장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한다. 언젠간 되겠지. 내일 안 되면 어떤가. 내일도 안 되면 다음 달에, 다음 달에 안 되면 내년에는 되겠지.

그래서 오늘도 자유형 발차기 두 바퀴, 접영 발차기 두 바퀴, 평영 발차기 두 바퀴. (83쪽)

100m 전속력 달리기 같은 하루하루
가끔은 일부러 느리게 가는 시간도 필요해

“아마추어가 킥판 잡고 하는 게 뭐 어때서요. 회원님 인생에서 앞으로 킥판 안 잡고 수영할 날이 더 많아요.” (70쪽)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 수영장. 수영 코치인 록쌤은 빠르게 앞으로만 가려고 아등바등하는 저자에게 말한다. “레인에서 가장 느리게 수영하는 사람보다 더 느리게 간다고 생각하고 해 보세요.” 일간지 기자인 이서현 작가에게 인생은 늘 100m 전속력 달리기 같은 것이었다. 1m를 가더라도 있는 힘껏 팔을 젓고 발을 찬 그에게 ‘가장 느린 사람보다도 더 천천히’ 가라는 말보다 어려운 것은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비로소 잠시 멈춰 서 인생이라는 코스의 진짜 결승점이 어딘지 살피게 되었다. ‘일부러 느리게 사는 삶’은 여전히 너무도 어렵지만 수영장에서 만큼은 느리게 가는 자신을 참아 볼 생각이다. 아마추어에게만 허용되는 킥판을 꼭 붙들고, 진도가 느려도 진득하게, 속도가 느려도 끝까지 가기 위해.

동네 수영장이라는 멋진 우주!
물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몸과 마음의 흉터

거북이 수영클럽에는 (본인이 가입한지 모르고 있는) 멋진 수영인들이 가득하다. 40대 젊은 놈들 사이에서 새벽반 1번을 사수하는 엄마. 온 힘을 다해 플립턴을 연습하는 70대 할머니. 무릎 튀어나온 면바지와 사원증을 벗어던지고 커다란 패들을 차고 수영하는 부장님. 아마추어 수영 대회 6위의 기쁨을 만끽하는 수린이. 100세가 넘어서도 수영 유망주를 꿈꾸는 할아버지.
레인 안에서 북적이며 헤엄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슬며시 미소가 흐른다. 이서현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도 옮겨 와 모두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처럼 수영하기를, 일상의 무거운 감정들을 전부 물속에 흘려보내기를 응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