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생

우연한 생

  • 우연한 생
  • 15,000원
    • 저자
    • 앤드루 H. 밀러(지은이)
      방진이(옮긴이)
    • 출판사
    • 지식의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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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인문 에세이
쪽수 : 304p
크기 : 135*210mm
출간일 : 20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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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우연이라는 것을 안다.
삶을 어느 정도 살아본 이들은 자신의 삶이 우연이라는 것을 안다.”
삶의 언어와 플롯, 그 은유와 변주에 관한 아름다운 지적 여정
로버트 프로스트부터 샤론 올즈까지, 버지니아 울프에서 이언 매큐언까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평론가 앤드루 H. 밀러는 시, 소설, 영화, 철학, 심리학 등 세심하게 선별된 현대적 텍스트들을 통해 우리의 개별적이고, 불완전하고, 우연한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탐색한다.
우리 각자는 우리가 선택한 길, 또는 선택하지 않은 길의 여정이기도 한 하나의 삶을 산다. 직업을 선택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살 곳을 결정하거나 자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이란 개념을 낳는다. 하지만 그때 다른 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그것은 우리를 유혹하는 생각이자 우리가 떨칠 수 없는, 항상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유령들이다.
이런 대안 자아는 현대 문화의 끊이지 않는 테마이다. 필립 라킨부터 헨리 제임스까지. 스탠리 카벨에서 대니얼 카너먼까지. 시인, 소설가, 심리학자, 철학자 모두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이란 테마에 매료되어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영문학과 교수이자 평론가 앤드루 밀러는 우아하고 도발적인 시각으로 우리의 다른 삶을 탐구하며 우리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새 오십이 당신을 노려보고 있다.”
어른 시절의 아름다움과 상실에 관하여
밀러는 살지 않은 삶은 중년의 관심사라고 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서 선택이 의미가 없는 유년 시절,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만으로 충만한 청년기를 지나 “깨달음의 시기, 자신의 삶의 형태가 이미 정해졌으며 (...) 대통령이나 백만장자가 될 리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이다. “살지 않은 삶이 있으려면 먼저 삶을 어느 정도 살아야만 한다. 미래에 다른 삶을 살 가능성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느낄 때면 어김없이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길들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이 삶에 딱히 불만이 없다 해도 어쩐지 억울하다. 우리가 “이런 사람으로, 이런 삶을 살아야만 할 절대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함으로써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해한다. 이 사건과 저 사건의 관계를 발굴하고 대안을 고안한다.” 그리고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그 어떤 전략적 고려보다 우선하고, 살지 않은 삶에 대한 고찰은 그런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찾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지 않은 길, 우리가 살지 않은 삶의 무게를 끌어안고 맞설 때 지금 이 순간의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한 자각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지금 이 한순간은 우리가 포기한 모든 것이라는 자각의 순간이자 중년, 어른 시절의 자유와 고독이다. 그럴 때 세상은 한없이 평범하면서도 한없이 유일하고 특별한 모습으로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한다.

삶에 가장 가까운 것
예술의 언어로 확장하는 생의 비평
“내가 갈 수도 있었던 다른 길들을 상상하는 것은 나를 위한 더 많은 삶들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것과 저것, n+1, 우리는 이 세계의 안에서 또 다른 세계, 내가 거의 만질 수 있고 거의 맛볼 수 있는 세계를 본다. 그 다른 세계는 이 세계의 일부다. 그림자가 사물의 일부이듯, 기억이 인식의 일부이듯, 꿈이 일상의 일부이듯.”
버지니아 울프의 리듬, 이언 매큐언의 정교한 속임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갈림길, 헨리 제임스의 쓰지 않은 글, 페소아의 불면, 에밀리 디킨슨의 후회, 칼 데니스의 순응, 필립 라킨의 이중 소거, 샤론 올즈의 가정법과 직설법, 하디의 정원, 제니 오필의 깨진 언어, 제인 허시필드의 덧칠. 이것들은 문학의 언어이고 삶의 언어이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대할 때처럼 우리 삶을 대할 때, 우리가 예술 작품의 작은 의미들을 해석하려 애쓰는 것처럼 삶을 해석할 때 생은 잠시나마 그 의미를 갖는다.
“‘예술은 삶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조지 엘리엇은 말했다. 그렇다, 그리고 예술은 때로는 ‘가장 소중하고 가장 끔찍한,/삶에 가장 가까운 삶/잃어버린 삶’이다. (...) 나는 그 삶을 여기, 내 무릎 위에 붙들고 있다. 나는 그것을 여기, 이 묘지에서 본다. 나는 그것을 내 안과 밖에서 느낀다. 한없이 가깝게, 한없이 멀게.”
앤드루 밀러의 이 아름다운 에세이는 예술처럼, 그리고 우리의 삶처럼 ‘의미와 같은 공간에 머물지만 소유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것을 명확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한다. 단어들을 반복해서 덧칠하며 손본다.” 그리고 말한다. “이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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